가난 속의 안식
봄베이가 화산으로 불타자 시민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들은 짐과 보석들을 운반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
사방에서 우는 소리, 고함소리가 드려 왔다.
소유물을 다 못 가져가서 발을 구르는 사람,
자식을 잃고 헤매는 사람,
가족을 잃고 통곡하는 사람 등
봄베이 시는 그야말로 유황불 타는 지옥이었다.
엄청난 재난 속에서
몇몇의 사람들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화산이 터지기 전에
멀리 도망가 새벽여명 속에서
봄베이 시가지가 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불타는 시가지에서 한 사내가 나타나
조용히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가진 것은 오직 지팡이 한 개뿐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을 전혀 당황하지 않는 군요.”
그는 말했다.
“무엇 때문에 내가 당황하겠소.
나는 지팡이 하나 밖에 가진 것이 없소.
지금 이 시간은 나의 아침 산책 시간이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잃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출처 ; 도서 ; [내 인생을 변화시키는 짧은 이야기] 박지현 엮음
≪후기≫
유성 // 박한곤
우주에서 아주 작은 별, 지구의 한 점
이 구석진 모퉁이에서
어떤 은총이 있었기에 많은 동식물과 함께
산과 바다와 벗들과 함께
우리는 순간순간을 영혼의 메아리로 화답을 누리고 살게 된 걸까를
한 번쯤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돈 문제가 사회 전반에 부각되니
돌출 생각이 상식 이하의 잡생각을 만들기도 하지만
지팡이 한 개뿐인 사람과 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 스님을 생각해 보며
삶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보는 귀한 새벽
욕심의 브레이크 점검을 위해서 서툰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가난이 미덕 같아도 가난을 결코 미덕이 될 수 없고
개으른 자의 변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한 가난을 타인이 누가 말하랴.
부를 선택하든 가난을 선택하던 자유인데
가난을 원한다면
가난에 서 오는 살을 깎는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아름답던 벚꽃이 봄비에 실려 낙화됨을 보며
을미년에도 이 절경을 누리며
지친 시름을 달랠 수 있었으니
이것도 참말 다행 아닌가!
오늘 이 순간 내 심혼에 감사의 탑을 쌓고
삶의 주변에 사랑의 꽃씨를 뿌려라.
기쁨의 결실은 자율 신경이 먼저 알고
전신에 환희의 피가 돌아가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