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스승님과 문학2(정호원 선생님)
“아이구! 선생님 제 공부 시키려고 질문하셨지예? 제가 한글사전 뒤지고 정답 맞추느라 땀깨나 흘렸습니더.”
“내가 이래저래 현우 덕을 본다 아이가!”
하시면서 신문사로부터 퍼즐 맞춘 기념품으로 탁상시계를 여러 개 탔다고 자랑을 하셨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남지에서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간혹 만나는 예전의 동직자 친구들 외에 날마다 어울려 등산이나 낚시를 갈 친구가 마땅한 분이 없었든지 낚시를 혼자 다니신다고 하셨다. 소일하실 일거리가 있든지 아니면 노인들을 위한 사회교육시설이나 휴게시설이 전연 없는 곳이라 선생님은 간혹 마을 노인정에 나가셔서 마을 노인들과 어울리신 모양이었다.
그런데 노인정에 모여든 노인네들이 담배를 피우고 화투에 장기를 두는데 선생님은 그게 싫었던 모양이었다. 거기다 변변찮은 안주에 소주를 노인네들이 즐겨 마시는데 선생님은 맥주만 고집하셨다. 그러니 아침에 노인정에 나가실 때는 맥주를 한두 병 쯤 사들고 가셔서 다른 노인들이 소주를 마실 때 선생님은 맥주를 마신다고 하셨다.
시원찮은 제자가 자주 문안 전화도 드리지 못하고 내 할일에만 코가 빠져 찾아가 뵙지 못하지 오래 되었다. 최근 운동 경기 구경을 다니시지 못하시는지 마산에 오시면 주시던 전화도 없고, 신문의 낱말 퍼즐 풀기도 그만 두셨는지 전화도 뚝 끊겼다. 또 빠지지 않고 꼭 참석하시던 창녕문협의 모임에도 전과 달리 최근에는 뜸하시더니 박상선 회원으로부터 부음(訃音)이 날라 들었다.
선생님의 즐거움은 제자를 키우는 것이었을 것이다. 교직생활 사십 여년 많은 제자를 키우셨고 또 곧게 부드럽게 인자함을 잃지 않으시고 맑게 밝게 사셨다.
이제 선생님의 명복을 빌면서 제자로서 다하지 못한 것을 저 세상에서 가셨더라도 용서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