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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진철숙       조회 : 904  2015.08.20 21:37:04

출근길


지적장애인협회 창원시지부장 진철숙
새마산간호학원 원장 진철숙

 

나의 출근길은 자산동 집에서 문신미술관 , 마산박물관이 있는 추산공원을 지나 임항선 철길 그린 웨이를 경유하여 북마산 시장을 지나 직장으로 출근한다 .

30 분 거리로 적당한 아침 운동이다 .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거나 무더운 여름날이나 출장으로 차가 필

요한 날이 아니면 늘 그 길을 걷는다 .

차를 타고 출근하다보면 , 계절이 바뀌는지 , 세상 구경을 못하고 늘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 같은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 묻힌다 .

어느 날부터 건강을 위해 걷기 시작한 그 아침 30 분이 나에게는 생활의 활력소요 , 세상과의 소통이요 , 사람들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문신 미술관 입구에 부조로 만들어진 액자 속의 문신 선생님은 최고의 근엄한 모습으로 늘 나에게 말하고 있다 . “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하고 서민과 같이 생활한다 .” 고 그 글귀를 대뇌이며 상념에 젖을 때가 행복하다

봄에는 연두 빛 잎사귀가 사슴 귀처럼 뾰족뾰족 얼굴을 내밀더니 어느새 눈부신 초록으로 물들고 갖가지 꽃을 피운다 . 추산공원의 봄은 어느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다 .

길 연변에 늘어선 아름드리 벚꽃나무 , 동백꽃 , 개나리 , 목련 , 후박나무 , 철쭉 등 일일이 셀 수 없는 꽃들의 향연이다 . 봄바람이 조금 세차게 불면 후두둑 ! 꽃비를 맞으며 행복에 젖는다

여름엔 시원한 바람과 눈이 아리도록 싱그러운 초록 ! ~~~ ! 가을 ! 추산공원의 가을단풍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 어느새 내가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 삼봉 정도전 의 시 (‘ 방 김거사 야거 에서 야인으로 살고 있는 친구를 찾아가는 길에서 가을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그림 속에 있는 듯하다 ), 에서처럼 마치 내가 삼봉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

 

秋 陰   漠 漠 四 山 空 ( 추음막막사산공 ): 가을구름 어둑하고 온산이 비었는데

落 葉 無 聲   滿 地   ( 낙엽무성만지홍 ): 낙엽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어라

立 馬 溪 橋 問 歸 路 ( 입마계교문귀로 ): 시내 다리위에 말을 세우고 길을 물으니

不 知 身 在 畵 圖 中 ( 부지신재화도중 ) : 어느 듯 내가 그림 속에 있는 듯 ........

 

북마산에서 신마산까지 조성된 철길 산책로는 많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요 힐링 장소다 . 늘 생각하며 , 감사한다 .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는 우리나라 100 대 명산 중 꼭 100 번째인 무학산 밑에 살게 해주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 온갖 종류의 길고양이와 ,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목소리의 새들이 노래 부르고 , 계절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타나서 베란다 문을 열라치면 툭 ! 떨어져 나를 깜짝 놀라게는 도마뱀 , 겨울이면 먹이를 찾아 내려온 청솔모와 눈이 딱 마주쳐 서로 놀라서 한 참을 마주보고 꼼짝 않던 ......

남들은 아직도 그 집에 사느냐 진작 그 주택 팔고 아파트 몇 번 굴렸으면 큰 부자가 됐을텐대 하고 , 안타까워한다 .

그러나 나는 오막살이 라도 무학산을 떠날 수 없노라 고 핑개를 댄다 .

처음 이 길을 걷을 때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

내가 추산공원 입구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길가 벤치에 나와 앉아 있는 여러 명의 초로기 (55 ~65 , 중기노인 66~75 , 후기노인 76 세 이상 ) 노인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집중하는 무시무시한 시선이 무서웠다 . 그 벤치 앞을 지나 내가 멀어지는 뒷모습까지 응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도대체 저리도 멀쩡한 사람들이 그렇게 할 일 이 없을까 ? 아침부터 ....

 

아침이면 그 앞을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 고역이었고 돌아서가는 길이 없을까 ? 궁리하기도 했고 , 때로는 양산으로 그쪽을 막아가며 걸어가곤 했다 .

어차피 그 길을 지나가야 한다면 내가 마음을 고쳐먹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 ‘ 그래 !! 보고 싶으면 실 컷 봐라 지루한 하루 중 지나가는 여자들을 바라보는 것이 낙이라면 그 낙에 내가 더 보태주면 보시하는 것이 아닌가 ? 서비스 차원에서 ?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두려움도 불쾌함도 사라졌다 .

그런데 어느 날 이 모든 것들이 망구 내 생각이고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

횡단보도에 선 내가 파란불이 켜졌는데도 지나가지 않고 내 시야에 들어온 움직이는 물체들을 아무 생각 없이 고개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ㅎㅎㅎㅎ 한 참을 웃었다 . 그 남자들이 무슨 음흉한 생각을 가지고 나를 바라본 것이 아니라 지루한 나날들 ! 그냥 사람들이 지나가니 무심하게 바라 본 것뿐이라는 것을 !!!


마산 추산동 추산공원 가을단풍 모습

 

 

 

 

 

 



comment : (6)
오양환 15-08-21 09:47
단풍이 참 시선을 모으네... 쳐다보는 것은 죄가 아니겠제.... 친구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듯이...
보는 사람도 참 마음이 예쁘진다. 모두가 참 좋다.
진철숙 15-08-21 15:31
사진으로는 가을날의 아름다운 단풍 모습을 다 담아 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얼굴을 간지럽히는 보드라운 바람과 향기,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아름다운색감, 매일 매일 달라지는 풍경들!1
김홍돌 15-08-21 11:27
질척거리는 도시에 살면서
새로운 탈출을 시도하는 출근길의 이야기,
맑은 서정을 놓치지 않는 수필 한 편과 사진으로 쓰는 추산공원 가을 이야기
우리 모두의 즐거움일 것이라 감히 단언해 봅니다.
진철숙 15-08-24 14:51
자연속에서 꽃과 나무와 바람과 함께 살고 싶은 것이 소망이랍니다. 언제가 빠른 시일내 그렇게 되겠지요. 염원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향유하는 만큼의 댓가는 치루어야되겠지요? ' 타샤튜더의 정원'이 그립습니다. 나의 롤 모델이기도 한 그녀는 혼자서 천평이 넘는 정원에 나무와 꽃을 심고 글을 쓰며 살고 있지요 90이넘은 나이에 .... 한국인 며느리 김은임씨의 시어머니 사랑도....
여자들이 여성의 특권을 버리고 바지를 입는 것에 반대하며 늘 드레스를 입고 농원을 가꾼답니다. 그녀의 사상에 동의 하며 늘 스커트를 입으려고 노력하지요.
이진중 15-08-22 09:29
마산에 3년(여고)을 살면서 추산공원이라는 곳을 못가봤네.
공원이라는 곳은 어디를 가도 마음편하게 해주는 면이 있더라만,
추산공원의 가을 모습은 참 보기좋으네.
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참 많이 느낀다.
나이들었을 때 나는 저렇게는 살지말아야지. 하지만
앞일의 장담은 섣부른것이고 사는 모습이 천차만별이니 그대로 인정하며
살수밖에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초로기로 입성함이 서글퍼진다. 왠지... ^^*
진철숙 15-08-24 14:58
진중아! 자산동에서 추산동으로 가는 추산공원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던 마산의 유일한 공원이었단다. 일제시대에는 마산의 정기가 거기서 나온다 하여 말둑을 박아 놓은 곳이기도.... 추산공원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로 프랑스)조각가 문신선생님과 박물관 배트민턴장, 정구장 등 시민의 휴식공간이란다. 우리집에서 2~3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문화행사를 많이 하는 문화공간이기도 해, 봄에도 좋지만 다가오는 가을에 252동기들 한 번 소집해서 ..... 시간 만들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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