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적장애인협회 창원시지부장 진철숙
새마산간호학원 원장 진철숙
나의 출근길은 자산동 집에서 문신미술관
,
마산박물관이 있는 추산공원을 지나 임항선 철길 그린 웨이를 경유하여 북마산 시장을 지나 직장으로 출근한다
.
약
30
분 거리로 적당한 아침 운동이다
.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거나 무더운 여름날이나 출장으로 차가 필
요한 날이 아니면 늘 그 길을 걷는다
.
차를 타고 출근하다보면
,
계절이 바뀌는지
,
세상 구경을 못하고 늘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 같은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 묻힌다
.
어느 날부터 건강을 위해 걷기 시작한 그 아침
30
분이 나에게는 생활의 활력소요
,
세상과의 소통이요
,
사람들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문신 미술관 입구에 부조로 만들어진 액자 속의 문신 선생님은 최고의 근엄한 모습으로 늘 나에게 말하고 있다
. “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하고 서민과 같이 생활한다
.”
고 그 글귀를 대뇌이며 상념에 젖을 때가 행복하다
.
봄에는 연두 빛 잎사귀가 사슴 귀처럼 뾰족뾰족 얼굴을 내밀더니 어느새 눈부신 초록으로 물들고 갖가지 꽃을 피운다
.
추산공원의 봄은 어느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다
.
길 연변에 늘어선 아름드리 벚꽃나무
,
동백꽃
,
개나리
,
목련
,
후박나무
,
철쭉 등 일일이 셀 수 없는 꽃들의 향연이다
.
봄바람이 조금 세차게 불면 후두둑
!
꽃비를 맞으며 행복에 젖는다
.
여름엔 시원한 바람과 눈이 아리도록 싱그러운 초록
!
아
~~~ !
가을
!
추산공원의 가을단풍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
어느새 내가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
삼봉 정도전 의 시
(‘
방 김거사 야거
’
에서 야인으로 살고 있는 친구를 찾아가는 길에서 가을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그림 속에 있는 듯하다
),
에서처럼 마치 내가 삼봉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
秋 陰
漠 漠 四 山 空
(
추음막막사산공
):
가을구름 어둑하고 온산이 비었는데
落 葉 無 聲
滿 地
紅
(
낙엽무성만지홍
):
낙엽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어라
立 馬 溪 橋 問 歸 路
(
입마계교문귀로
):
시내 다리위에 말을 세우고 길을 물으니
不 知 身 在 畵 圖 中
(
부지신재화도중
) :
어느 듯 내가 그림 속에 있는 듯
........
북마산에서 신마산까지 조성된 철길 산책로는 많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요 힐링 장소다
.
늘 생각하며
,
감사한다
.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는 우리나라
100
대 명산 중 꼭
100
번째인 무학산 밑에 살게 해주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
온갖 종류의 길고양이와
,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목소리의 새들이 노래 부르고
,
계절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타나서 베란다 문을 열라치면 툭
!
떨어져 나를 깜짝 놀라게는 도마뱀
,
겨울이면 먹이를 찾아 내려온 청솔모와 눈이 딱 마주쳐 서로 놀라서 한 참을 마주보고 꼼짝 않던
......
남들은
“
아직도 그 집에 사느냐
”
고
“
진작 그 주택 팔고 아파트 몇 번 굴렸으면 큰 부자가 됐을텐대
”
하고
,
안타까워한다
.
그러나 나는
‘
오막살이 라도 무학산을 떠날 수 없노라
’
고 핑개를 댄다
.
처음 이 길을 걷을 때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
내가 추산공원 입구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길가 벤치에 나와 앉아 있는 여러 명의 초로기
(55
세
~65
세
,
중기노인
66~75
세
,
후기노인
76
세 이상
)
노인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집중하는 무시무시한 시선이 무서웠다
.
그 벤치 앞을 지나 내가 멀어지는 뒷모습까지 응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도대체 저리도 멀쩡한 사람들이 그렇게 할 일 이 없을까
?
아침부터
....
아침이면 그 앞을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 고역이었고 돌아서가는 길이 없을까
?
궁리하기도 했고
,
때로는 양산으로 그쪽을 막아가며 걸어가곤 했다
.
어차피 그 길을 지나가야 한다면 내가 마음을 고쳐먹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 ‘
그래
!!
보고 싶으면 실 컷 봐라
’
지루한 하루 중 지나가는 여자들을 바라보는 것이 낙이라면 그 낙에 내가 더 보태주면 보시하는 것이 아닌가
?
서비스 차원에서
?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두려움도 불쾌함도 사라졌다
.
그런데 어느 날 이 모든 것들이 망구 내 생각이고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
횡단보도에 선 내가 파란불이 켜졌는데도 지나가지 않고 내 시야에 들어온 움직이는 물체들을 아무 생각 없이 고개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ㅎㅎㅎㅎ
한 참을 웃었다
.
그 남자들이 무슨 음흉한 생각을 가지고 나를 바라본 것이 아니라 지루한 나날들
!
그냥 사람들이 지나가니 무심하게 바라 본 것뿐이라는 것을
!!!
마산 추산동 추산공원 가을단풍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