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50년 전(1967년) 남지초교 3학년 1반 나의 담임 선생님이신
고 서정탁 선생님의 사모님이신 김강미 선생님을 모시고,
김성, 성낙석 친구와 함께 사당역 바다풍경에서 저녁을 했습니다.
내가 4학년이던 1968년 4월 16일 선생님은 서른 한 살의 젊은
나이에 도천면 소재 도일초교(현 도천초교)에서 과로로 쓰러져
남지 서림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부산OOO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가망이 없어 남지로 옮겨져 남지성당에서
대세를 받은 뒤 운명했습니다.
4월18일 오전, 상남동 둑에서 노제를 지내고, 돌아오지 않는
먼 길을 떠났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고 서정탁 선생님을 추모하면서
당시 6학년 누나인 김정미(김정희 252동기생 언니)학생이 낭독한
조사(弔辭)를 여기에 옮김니다.
----- 조사(弔辭)-서정탁 선생님을 보내면서------
선생님
!
저희들이 부르는 이 목소리가 들립니까
?
저희들이 서 있는 이 모습이 보입니까
?
선생님
!
선생님께서 남기신 교문의 아아치
교실의 그림 글씨
이 구석 저 저 구석 구석마다 남겨 논 선생님의 냄새에 눈물만 흐릅니다
.
선생님
!
언제나 다정하신 그 모습
언제나 귀여워 해 주시던 그 사랑
애서 가르치던 알알이 찬 가르침들이 마구 저희들의
마음을 흔들어 줍니다
.
아
!
하늘도 무심하여라
.
우리의 스승 우리의 선생님을 데려가다니
!
고사리 같은 손들을 맞잡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웃고 울던 그 나날이 안개 낀 봄 하늘에 여울져갑니다
.
선생님
!
다정하신 선생님
!
어찌 말이 없읍니까
?
도일학교로 가시면서 꼭 만나 다시 뛰놀며 공부하자고 하시던 그 약속을 어찌 못 지키십니까
?
선생님
!
이곳 저 곳에서 푸른 새싹들이 움 틀고 있읍니다
.
하늘에는 종달새가 지저귀고 있읍니다
.
봄 비가 부슬 부슬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있읍니다
.
모두가 새 봄을 찬미하며 희망에 차 있읍니다
.
긴 긴 겨울의 잠을 깨어 이제 막 일어나고 있읍니다
.
선생님
.
선생님께서는 봄을 모르십니까
?
만물이 잠에서 께어 출발하려는데 선생님께서는 지금부터 긴 긴 잠을 주무시렵니까
?
머나먼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합니까
?
그 길이 몇 만리 몇 천리가 됩니까
?
선생님
.
선생님
.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무정한 선생님
선생님 이번 토요일에 저희들은 소풍을 갑니다
.
작년에는 상대포 둑에 갔었지요
.
그때 선생님께서
나눠 주시던 그 과자 그 말씀 그 이야기
언제 또 들러 주시겠어요
.
이 봄도 가고 여름도 가고 가을 겨울이 가면
또 다시 봄은 찾아오겠지요
.
선생님
.
불러 봐도 대답 없는 선생님
이 봄에 가신 선생님
.
개나리와 진달래 같이 가버린
선생님
.
해마다 피는 개나리 진달래와 함께
오시렵니까
?
선생님
.
불러도 불러도 대답없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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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의 젊고 희망찬 꿈이 어디로 가버렸습니까
?
언제나 말씀하신대로 저희들은 열심히 공부하겠읍니다
.
착한 사람
,
성실한 사람
,
진실한 사람이 되겠읍니다
.
선생님은 가셨어도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제자들
은 남아 있읍니다
.
선생님은 가셨어도
,
그 가르침
,
그 사랑은
,
영원히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을
것입니다
.
여름이 되어 만물이 무성하게 될 때면
선생님께서는 파랑새가 되셔서 우리들을 돌보아
주시고 가을이 되면 소슬한 바람결에 굴러가는
낙엽이 되어 우리를 슬프게 하실테죠
?
선생님
.
궂은 봄 비도 슬픔을 못 참아 불어줍니다
.
선생님 고히 잠드소서
.
한 많은 이 세상을 잊고 고히 잠드소서
사철 꽃피고 새우며
선생님께서 언제나 바라시던 착하고 진실한 극락
세상에서 고히 잠드소서
.
지지귀는 저 새들아
!
돋아나는 저 싹들아
!
바람아
!
구름아
!
하늘이여
!
멈추어 다오
.
멈추어 다오
!
우리 선생님은 떠나셨다
.
길고 긴 잠을 주무셨다
.
이 먼 여행
!
이 긴 잠을
!
편안히
,
깊이 떠나게 해 다오
.
잠들게 해다오
.
그리하여 이 세상에 남은 미련을 저 세상에서 이루시게 해 다오
.
1968
년
4
월
18
일
남지국민학교
학생대표 김 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