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할머니께서는 수시로 갱죽을 끓였다. 속이 더부럭하시다며 갱죽을 끓여 먹으면 그렇게 속이 편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잦아지면 싫어지는 게 인지상정인가. ‘또 갱죽이야! 싫어!’ 하면서 요리조리 도망쳐 다니던 어린 시절이 애잔하게 생각난다. 그것도 금방 끓여 입김으로 후후 불어가면서 뜨끈할 때 먹어야 제 맛 아니던가.
식어버리면 니맛도 내맛도 없이 식감이 달아나버린 식은 갱죽 먹기는 정말 고역이었다. 물론 가난한 식구들에겐 양을 한껏 부풀리는 음식이렸다. 솥에 물을 가득 붓고, 먹던 김치 퍼붓고 먹다, 남은 찬밥이라도 조금 있으면 넣고, 콩나물 넣어서 불만 푹푹 떼면 국밥처럼 많은 식구들의 허기를 떼우는 지방식이다.